대륙을 횡단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조슈아 나무 국립공원을 지나던 날이었다. 나는 일행에서 50킬로미터쯤 뒤처져 있었는데, 기온이 40도에 육박해서 그늘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. 16킬로미터쯤 더 가자, 기찻길 옆으로 금속 지붕의 헛간이 하나 나오고, 헛간 옆 콘크리트 위로 15센티미터 가량의 그늘이 떨어져 있었다. 머리를 그늘로 가게 해서 몸을 뉘었다. 훅훅 더운 바람이 끼쳐 왔다. 그저 잠시 해를 가리기만 하면 되었다.
80킬로미터나 더 가야 한다는 것과 어쩌면 그 구간이 내 평생 최악의 고통일 수 있음을 알았다.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'이야기'를 떠올렸다. 갈등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주인공이 용감히 운명에 맞선다면 결국 모든 갈등이 그에게 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. 인간이 견뎌내서 복이 되지 않을 갈등이란 없다. 씩 웃음이 났다. 즐거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왠지 웃음이 났다. '지금은 힘들지만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.' 그런 생각이 들었다.
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.
<천년동안 백만마일 中>